이석기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수사를 잘 했네 못 했네 불법성이 있네 없네 하는 이야기가 한참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그건 드러날 수 밖에 없으니 현 시점에서 평가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어찌되었든 이석기가 구치소에 들어가니 기분은 좋다만. 야 신난다!)
오히려 문제는, 국정원이 너무 '나대고' 있다는 것. 내가 너무 문정인식 이상론에 기초해서 국정원을 평가하고 있는 지 모르겠으나, 정보기관은, 그것도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은 순수하게 정보를 입수하고 가공해서 판단의 근거와 선택지를 대통령에게 제시하는 데에서 멈춰야 한다. 그것만 잘 하고 있다면, 국정원은 자기 할 일을 완벽하게 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노무현정부에서도 아프간 피랍사태에서 원장이 현장 가서 '선글라스맨'을 공개적으로 추켜세우며 공을 자랑하는 추태를 보였고, 결국 김만복은 NLL관련 대화록의 생산과 보관 건에서 (결과적으로)엄청난 사고를 쳤다. 지금은 어버버하다가 그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모양.
이명박정부 국정원은 뭐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결국 국정원이 이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신문기사에 국정원이 나올 일은 실패한 작전만, 그것도 여론이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조용히 언급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더 심각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정원(장)이 다른 국무위원들 모두를 합친 것 보다, 어쩌면 대통령보다 언론 1면에 더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사실 사건들이 굵직굵직해서이지 절대 정상이 아니다. 원칙대로라면 NLL대화록도 국정원장이 아닌 청와대 또는 검찰이 공개했어야 하는 것이고, 이석기 압수수색과 체포, 구속도 국정원의 자료를 토대로 검찰이 했어야 하는 것.
물론 우리가 이런 상황을 이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건, 오랜 세월 동안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가 보여 준 정보기관의 역할이라는 것이 현재 국정원이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모습보다 더 화끈한 것이었기 때문이겠지만.
결론은, 국정원은 세금잡아먹는 도둑 소리 들어가면서 죽은 듯 있는 게 정상이라는 이야기. 공은 양지의, 공식적인 권력기관들이 가져가는 것이 옳고, 그래야 국정원이 삽질을 해도 정권과 국민이 이해해줄 수 있는 거다. 그런데 현재의 국정원은, 점점 더 반대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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