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16X기 해군 예비역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뭐 육군 예비역들에게는 발에 치이는 게 육군출신 노땅들이지만 해군들은 예나 지금이나 씨가 귀한지라.... 꽤 오랜시간 군대시절 무용담을 듣게 되어서, 다소(사실 꽤 많이) 뻥이 섞여있을 걸로 보입니다만 들은대로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뭐 입대 후 기초훈련까지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현재의 웅동 야전교육장이 생기기 전에는 진해 기초교에서 유격을 받은 줄 알았는데 옛날옛적에는 다른 곳이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2. 그런데 기초훈련 이후 박통의 특별지시로 빽 좀 있는 집 자제들은 무조건 특수훈련을 시켰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 그래서 저도라는 섬으로 끌려가 777부대라는 이름으로 훈련을 받았다는군요. 현재 저도는 대통령휴양소로 9홀짜리 골프장이 있는 섬입니다만(임영박은 2년연속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당시에는 훈련소였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훈련을 견디다 못해 심심할 만 하면 터질 정도로 탈영 시도가 많았다더군요. 거제도까지 수백미터 거리이니 헤엄쳐서 탈영을 시도했던 모양인데, 수시로 인원체크를 하니 해변에 떡하니 대기하고 있는 체포조에게 붙잡혀 다시 섬으로 자동귀환(--;) 되어 빠따를 맞았다고 하더군요.
3. 이 양반은 그 후 갑판병으로 DD급 구축함에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빽도 있는데다 큰 배이니 원양도 가보시지 않았냐고 묻자
쳐맞다가 탈영을 했다더군요. 그래서 김해 항공단으로 전속. 역시 거기서도 허구헌날 맞다가 항공단이 현재의 포항으로 이사가면서 해병대와 함께 생활하게 되자 더 빡세게 맞고, 결국 다시 탈영. 아버지 월급봉투를 들고 지리산으로 튀었답니다.
4. 지금도 그런 기한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당시엔 탈영기간이 20일이 넘어가면 국방부에 통보가 되고 정식으로 수배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21일째에 돈이 떨어져 복귀를 했답니다. 그냥 들어갔다간 감옥에 갈 판이니 지방 유지급 관료인 아버지의 빽으로 헌병대가 아닌 보안대로 자수. 헌병대와 법무관실에서는 의법처리를 하려 했으나 지역 보안대장의 뒷조사+협박 크리로 일단 감옥에 넘기지 않고 21일 영창을 사는 선으로 마무리가 되었다는군요. 그 후 일단 포항 보안대에 '대기병'신분으로 배치.
5. 아무 보직도, 과업도 없이 타군들 사이에서 홀로 한 달이 넘어가자 도저히 못견딜 지경이 되었다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군생활 해보겠습니다"라는 다짐과 사정 끝에 목방사로 전출되었답니다. 목방사 기지대장은 처음엔 당번병 비슷한 신분으로 특별관리하면서 이틀이 멀다 하고 술 사주고 통닭 사주고 하는 식으로 달랬답니다. 게다가 목방사령관 공관병이 고향 친구였던 관계로 사령관 부재시에는 툭하면 공관에서 취침..... 뭐 그런식으로 상병을 달았답니다.
6. 그 쯤 되니 또 좀이 쑤셨던 모양이죠. 기지대장과 섬 별 병 기수표를 펴놓고 상의 끝에 한 달 후면 서열 No.2가 되는 안마도로 발령을 받아냈답니다. 안마도에서도 역시 유유자적한 웰빙라이프를 보내셨다는군요. 당시 안마도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하자면, 당시 섬 처녀들에게 1등 신랑감은 역시나 해군 수병/하사관들이었답니다.(일단 섬 탈출의 기회이니) 일단 눈이 맞으면 예비장인/장모 묵인하에 신방을 내주었다는....(먼바다) 그런데 그 신랑감이 미혼이었다면 문제될 게 없는데, 언제나 그렇듯 주로 하사관들 중에 기혼자가 있었던 것이지요.(음) 발령받은지 1년쯤 되면 다시 뭍으로 나갈 걸 알기에, 날짜가 다가오면 불안한 장모'님'들은 새벽같이 어항 포구에 앉아 뭍으로 나가는 배(여객선도 없고 어선이 전부였으니)의 입선자 체크를 했다더군요. 뭐 그렇다고 방법이 없겠습니까? 목방사 동기들에게 SOS를 쳐 "젭알 모월 모일 모시에 섬 뒤편에 쾌속선 한 번 보내달라는" 청탁을 넣어 뭍으로 ㅌㅌㅌ. 어느 날인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위를 찾아 부대로 쳐들어간 장인장모는....(이하생략)
7. 여하튼 우리의 주인공의 국방부 시계도 돌고 돌아 36개월이 지나 전역일자가 가까워졌답니다. 지금은 배나 섬에 배치된 수병들은 전역일 1주일 전 쯤(배가 장기출항하면 마지막 출항에 맞춰) 함대 대기대에 모였다가 전역일 아침 전역식을 하고 정복을 차량 밖으로 찢어 던지며(저는 못해봤습니다) 함대를 떠나지만, 당시엔 그냥 열흘 전쯤 집에 보내줬다는군요. 그래서 2주 전 쯤 이 골칫덩이를 집에 보내줬는데, 전역일 열흘 쯤 전 도착해야 할 제대특명이 도착하지 않는 겁니다.(응?) 뭐 예비역이라면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입창한 만큼 더 군생활을 해야 했던 것이지요. 결국 (동기들) 전역일이 지나 감시대장의 설득과 애원에 못이겨 다시 섬에 한 번 들러주는 것으로 군생활을 마쳤답니다.
뭐 진부한 뻥이 좀 섞여있겠습니다만, 어느 70년대 해군 수병의 군생활 이야기이니 일단은 군사카테고리로..... 그리고 역사밸리?
오랫만에 쓴 글이 뻘글에 가까워 민망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