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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를 진정 싫어하게 되기까지 옛 글 되새기기

이 글은, 약 3년 전에 쓴 글입니다. 여성학 수업을 듣고 나서 마지막 쪽글로 제출했던 글이죠. 앞으로 종종 글 쓰기가 힘들 때 이렇게 종종 옛 글을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부 수정/삭제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목은 그대로 두었어요. 이탤릭체는 이번에  옮기면서 새로 추가한 부분입니다.


이 수업은, 한 마디로 제가 이영애를 온전히 싫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영애를 좋아하게 된 것은, 제 낭만적 연애에 대한 최초의, 하지만 지금까지는 최고의 텍스트였던 김수현 각본의 드라마 '불꽃'부터였는데(하하하! 하고 마음껏 비웃으셔도 좋습니다-98년에도 보았지만 제대로 그리고 깊이 본 것은 01년 vod로였던 것 같아요), 아마도 그 드라마를 한참 우울하던 시절 열심히 보았던 이유는 이경영의 유약하고 고민 많은 남성성과 이영애의 다분히 수동적이지만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저항적 여성성에 반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그런데 지금 '불꽃'을 다시 보면 과연 재미있을까? 궁금하군....)

 

그래, 나도 열심히 살고 사랑에 대한 용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저런 연애(비극적이고 애틋하고 여성주도적이며 계급을 뛰어넘는?-지금 생각하니 참 재미있군요. 하지만 지난 연애가 약간 그렇기도 했던 것 같아요)를 할 수 있을 거야. 하고요.

 

그리고 군대에서, 이영애에 대한 두 번째 텍스트, '대장금'을 보았지요. 대장금에서는 이영애가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영애는 남성중심 사회에서의 주류적 가치를 충실히 따르고(하지만 명예남성으로 성공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궁녀/의녀역을 통해 자신의 스타성을 완성했고, '친절한 금자씨'에서 비록 이례적인 역을 맡았지만 '악해질 수 없는'캐릭터가 되었지요.(이 부분의 필모그래피 요약은, 지금까지도 별 변화가 없는 듯.... 고로 3년 넘게 놀고 계시다는)

 

하지만, 이때까지도 저는 이영애를 여전히 좋아했었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는 상태에서, 최소한 이영애는 '싫어할 이유가 없는' 연예인이었으니까요. 이영애는 이효리처럼 천박한 것도 아니고(전 이효리씨가 최소한 섹스어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주관적 기준이지만), 한가인처럼 지나치게 남성의존적인 캐릭터도 아니며(결혼은 그런 이미지를 완성해 주었지요),전지현처럼 섹스어필에 모든 것을 건 것도 아니지요.(표현이 좀 거칠지만 이해해 주시길)

 

비록 저처럼 꼬인 인간성을 가진 사람이더라도(사실 최근에 가장 감정이입했던 남성 캐릭터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감우성과 '음란서생'의 한석규였지요), 이영애는 명시적으로 비판할 근거가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가을이었던가요? A선생님의 칼럼에서 '남성 지식인이 이영애를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읽고, 이런 이영애에 대한 인식론이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쉽게 그 취향이 어디 가겠어요? 그래도 여전히 이영애가 나오는 광고를 '즐겼지요'. 당시의 제 여자친구는 그런 이영애 선호취향을 자주 비웃고는 했는데(그리고 결국 네가 '결혼'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여성상은 이영애 같은 타입이라고 지적했지요), 그 지적은 상당부분 옳았지만 쉽게 동의하고 제 태도를 바꾸지 못했습니다.(음... 내가 연애하던 시절이 있긴 있었구나)

 

이번 수업은, 제가 이영애를 진정 싫어하게 해 주었던 것 같네요. 그 이유를 완전히 설명하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 지금 떠오르는 것은 '젠더 정체성과 계급적 정체성의 연관에 대한 인식' 정도인 것 같은데, 풀어서 이야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영애는 노동계층/비지식인 남성에게는 환타지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영애의 이미지는 중산층, 지식인 남성을 위해 소비되며,저는 이것을 '탈계급적으로'(계급과 관계없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우아함, 단정함, 다소 고급스러우며 '머리가 완전히 비지는 않은' 문화적 이미지('봄날은 간다'에서의 pd 역, '불꽃'에서의 작가 역 참조)를 저는 제가 이영애를 좋아할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했지요.하지만 이것은, 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남성 지식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섹슈얼 판타지라는 것을 좀 알게 된 것이지요.(지금 다시 읽어보니 성급한 일반화 쩌는듯-과연 거의 모든 남성 지식인이 저런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나? 아니겠지...)

 

즉, 그러한 자기정당화가 사실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계급적 이상향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번 수업을 통해 깨닫게 된 것 같아요.저는 저 자신이 남들에게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지식인으로 보이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중산층 지식인이 되어서, 이영애 같은 이미지의 여성과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연애를, 나아가 결혼해 보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직은 자신할 수 없습니다. 과연 나는 이런 자신을 인식하고 비판할 수 있게 되었는가? 지금은 이영애의 광고와 이미지를 거리를 두고 볼 수는 있게 되었지만, 그 선호의 본질인 내 계급적 이상향이 제대로 바뀌어 나가고 있는지, 여전히 주류적인 남성연대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것인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아직 저는 충분히 남성연대에서 통할 수 있는 장점과 자원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요.(허세근석이 생각난달까....자원은 개뿔 -_-)

 

이쯤에서 일단 글을 마칩니다. 제목은 이영애를 진정 싫어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쯤 쓰고 보니 진짜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지는군요. 점차 나아지겠죠.(별로 나아진건 없는듯?)


약간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드는데, 뭐 주석까지 달아놓고 올리지 않기도 그렇고, 그냥 올립니다. 참고로 지금도 이영애를 아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매력의 본질에 대한 생각은 저 때와 별 변화가 없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제가 제 글을 난도질해놓고 보니 역시 기분이....

그나저나 이걸 '방송&연예' 밸리로 올렸다간.... 그냥 링크 걸어두신 분들만 살짝 보시길.

덧글

  • 나그네 2014/06/23 23:49 # 삭제 답글

    글이 뭐 이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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